그래도 난 어디론가 가고 있다

                                        시/竹把 차 연 석

 쉼 없이 적시는 대지 위에

눈동자 굴리다가

전화벨 소리에 깜짝,

친구야, 요즘은 뭘 하고 지내는고?

그냥 그렇지! 그냥!

대롱골 속으로 하늘만 보다가……

손바닥 넓이 같은 풀밭을 밟다가, 그냥……!

 삐걱이는 한두 평 침실에서 조아리다, TV를 켰다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때 묻은 책장을 넘기다가, 말 없는 핸드폰을 열었다가, 날짜 지난 문자를 지워도 보고, 걸린 옷가지 만지다가, 심드렁하고 해서, 창밖에 널린 녹음 속으로 휭 둘러서 누워도 보고, 진저리 치다가, 낯선 인터넷 거리를 배회하다 이내 닫고, 빈 커피잔을 물었다 놓고, 때론 사랑한다는 목소리 담긴 전화통만 긁다가, 이런 渴症의 하루하루,……

그냥, 그렇게 헐떡이며 살아.

그래도, 

나는

어디론가 쉼 없이 자꾸만 가고 있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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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 노트: 내 하루가 그렇고 그렇지만, 오늘은 내 생활에 대한 야릇한 시간으로 표정 없는 내 일상이 관습처럼 무료하다. 아무리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시간일지라도, 이것들도 살아 있는 시간이려나.……

모두가 그래도 바쁜살이의 시간인 것. 무심한 시간은 없는 것.

나도 남들처럼 쉼 없이 어디론가 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