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

글/ 전소희      

  섬 산에 새순이 무성하게 자라고 해당화가 곱게 필 무렵에 꼭 어촌 갯벌체험을 해 보고 싶었으나 번번이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던 지난 1월 21일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어디론지 떠나고 싶은 충동에 신문에서 한번 본적이 있는 대로 5호선 지하철로 김포 공항을 거처 공항철도를 이용하여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버스로 30분이 지나 잠진도 선착장으로 갔다, 점심으로 바지락 칼국수를 시켰는데 조개를 듬뿍 넣고 마른 명태까지 넣어 시원하고 맛이 일품이다, 카페리호로 소리 없이 갯벌 곁을 지나 10분 만에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도착 했다, 월요일인데다 눈이 내리니 사람 둘 자가용 한 대가 손님이다.

  무의 도는 섬의 형태가 장군 복을 입고 춤을 추는 형상이라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큰 섬은 무의도 작은 섬은 소무의도라 한다. 주위엔 무도, 해녀도, 사렴도가 있으며 실미도가 있다. 사렴도(뱀)에 살던 뱀이 외섬(개구리)에 개구리들을 잡아먹으려고 가다가 매도랑(매)에 사는 독수리들에게 잡혀서 외섬까지 못 가게 되었다는 세 개의 섬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면적은 9.43km, 해안선의 길이는 18.7km 해수욕장 두 곳과 아늑한 등산코스가 있는 천혜의 자연 경관이 멋있고, 조개잡이와 낚시를 할 수 있다.

  마을버스로 광명 선착장에 내려서 효룡곡산(246m) 정상을 향했다. 운이 좋게도 막 지나간 발자국이 있어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눈은 계속 내리고 이미 내린 눈에 쌓여 융단 위를 걷는 느낌이다, 간간히 토끼가 지나간 흔적과 노루가 뛰면서 스친 발자국이 등산길로 이어진다. 키 작은 소나무와 관목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모양으로 눈꽃을 만들어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다, 눈이 그치고 밝아지니 예쁜 눈꽃은 더욱더 빛을 발하여 황홀감으로 가슴이 설렌다.

  호룡곡산 정상을 넘어 하나개해수욕장(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입구엔 송림이 시원함을 더해준다. 국사봉(230m)정상에서 바람 한 점 없는 바다를 조망하고, 실미 해수욕장 까지 오는 도중 다른 등산로로 올라온 등산객 한사람을 두 번 만났을 뿐 사람은 보이지 않고, 해수욕장입구 포도밭에서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온 노루가 놀라 뛰어간다. 짙은 희색에 키가 훤칠하고 고개를 처 들고 뛰는 모습이 의젓하여 산짐승의 신사라 이름 부쳐 주고 싶다.

  썰물 때를 기다려 모세의 기적처럼 들어난 바닷길을 따라 실미도로 들어갔다. 섬은 눈으로 덮이었고 산의 나무는 눈의 무게로 힘들어 보인다. 나만의 발자국도 쏟아지는 눈으로 흔적만 남는다. 섬을 가로질러 고개를 넘어가니 영화 실미도 촬영지가 나온다. 군 막사가 있던 자리엔 사진으로 푯말만 세워 흔적을 남겨놓았다.

  바닷가 갯바위에 석화(굴)가 따닥따닥 붙어 있어 관광객이 굴을 까간 흔적이 하얗게 붙어있다. 칼로 몇 개 까서 입에 넣어보았다. 바닷물을 머금은 향긋한 독특한 맛이 입속에 오래 남는다. 시장에서 사먹는 맛이 아니고 자연 그 맛이다.

  돌아오는 길에 들어난 갯벌 모래밭에서 스틱으로 갯벌 모래구멍에 들어있는 바지락을 잡느라 시간가는 줄도 몰았다.

  지구는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인간과 또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같은 인간의 실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시간이 지나면 바다는 본래의 모습을 찾겠지만, 인간은 자연을 더럽히고 파괴한 죄가 얼마일까 라고 읊은 시인 정남식의 “자연사랑”이란 시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

이 자연 앞에 승리자 인체하며 왔다가

패배자가 되여 떠나면서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유산을 만들지 못하고

인간에게만 편리한 업적을 무수히 만들었지

결국 인간관계는 더 나빠졌지만"

자연이 만든 천혜의 경관을 개발하여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인간 위주의 생각만으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곧 없어질 “모래위에 얹어 지은 모양 좋은 집”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무의도가 되어 자연과 공존하는 아름다운 어촌으로 관광지로 남아있길 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