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낙하

                                                                    시: 정 남식

아직도 녹음의 녹색이 한때의 영광으로 남아 있고
벌레 먹은 상처자국 마사이 전사의 장신구 처럼 뚜릇한데
낙엽 한 잎
알록달록 원색으로 물든 모습 곱구나

가을은 저만치 멀리 오고 있는데
홀로 벌써 낙엽이라
마지막 이별의 인사는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영생이나 환생같은 기원도 있었을가

육신만 남아
팔랑거리는 그 순간, 아- 낙하
오솔길에 떨어져 뭇 사람에 밟히려 하는가

가을 햇살에 저녁노을 지듯 빛을 잃고
땅위 어디엔가 머물다 썩어
그 흙 위에 또 어떤 생명이 태어 난다 할지라도
생각해 보면, 한평생도 저렇게 무지개 처럼 사라지는 걸

    09.10.7
    Green Way 오솔길에서